(#25-23에 이어) 윤도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말을 끊었다가 한참 만에야 메마르게 대꾸했다.
"이렇게 지은이처럼 함께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그래, 생각할수록 현주가 정말 멍청한 짓을 한 거 같아서 너는 지은이를 본 느낌이 어땠니? 아무래도 예전의 지은이 같지가 않아 마치 딴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인지 자꾸 신경이 쓰여"
별소리를 다 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럴 거야."
"그럴까? 느낌이 좀 그래서. 그때는 지은이가 너무 도도해서 얄미웠어.
고개 숙이고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면 안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지나간 얘기지. 그게 우리들의 실수였고, 지은이가 도둑이 아니란 것을 우리가 몰랐던 거고, 실은 지은이의 마음이 여리다는 것을 우리 중에 아무도 몰랐던 것이 문제였지. 다른 생각은 말자. 이번은 지은이를 위해서 준비한 모임이니까 내일 스케줄이나 잘 잡아라. 차질 생기지 않도록."
"알아, 모처럼 돌아온 고국에서 근사한 휴가를 보내게 하라는 그 말이지? 걱정일랑 아예 접어서 담아 둬라. 멋진 계획을 세워 놓았거든."
"그래. 말귀 하나는 밝아 다행이다."
윤의 돌아눕는 소리와 소리 죽여 웃는 애영이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두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그녀는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주위를 살펴보고, 친구들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녀는 여관을 빠져나왔다. 새벽바람이 차가웠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고 좋았다.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올라탄 후 그녀는 개정으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
"눈이 오려나?"
그녀는 안개가 잔뜩 끼어 있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안개가 끼는 날은 맑아요."
“요즘에도 눈이 많이 내리나요?"
"옛날처럼 많이 오지는 않더라고요. 어쩌다 눈이 와도 곧 녹아 버리고. 차들이 많이 다니니까 거리가 질척해져서 눈이 왔다는 기분도 들지 않고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기사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달리는 차의 기사 목소리는 잠이 부족한지 기운이 없었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