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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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9
  • 김선옥
  • 승인 2023.10.10 07:28
  • 기사수정 2023-10-10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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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18에 이어) 윤의 눈가에 어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의외로 그녀를 차분하게 했다.“생각해 보면 잠재적 피해의식이 그런 식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어. 그 일을 잊지 못해서 그랬던 거 같아. 아이들만 떠올리면 밉고, 부르르 떨려서, 열이 날 지경이었지. 그러던 중에 네게서 현주가 죽었다는 소식과, 죽으면서 돈을 훔친 게 자기였다고 고백했다는 전화를 받았어. 그날은 이상하게도 죄지은 느낌이 들더라."

"....."

"내가 지독히 미워해서 죽었는지 모른다는 죄책감 같은 거 미워한 것이 몹쓸 짓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상했어. 하지만,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건지, 좀 전에 현주가 시인이 되고 유명해졌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좀 그렇더라. 속은 것 같고, 사기당한 기분도 들고.”

"네 마음 이해해. 나도 그런 생각이 들곤 했거든."

"솔직히 현주가 사기꾼이란 생각이 들지 뭐니? 아무래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생각들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서 판단할 수가 없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현주는 아무래도 좀 그래. 본질적으로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뭐가 뭔지, 실은 잘 모르겠어. 모든 게 엉망이 된 거 같아. 나도 이젠 늙었나?"

"현주는 나도 이해하기 힘들어. 이런 이야기,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데 졸업 후에 나도 딱 한번 그 애를 만났어. 군산극장 골목에서."

윤은 한숨을 쉬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안이 훤히 비치는 얇은 옷을 입고 지나가더라. 샛노란 블라우스 차림이 두드러져 보기가 좀 그랬어. 나랑 부딪혔는데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더니 모른 척하더라고. 얼마나 민망했던지 몰라. 동창인데 웃으며 아는 체하면 누가 뭐라니? 나름대로 죄의식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라. 그땐 그걸 몰랐지. 시를 읽는데도 차갑게 지나치던 얼굴이 계속 눈앞에 어른거리더라."

윤의 표정이 씁쓸했다.

"시(詩)는 어땠니? 읽어 봤다면서."

"글쎄, 내가 뭘 알아야 평을 하지 읽긴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야. 너무 난해해서 모르겠더라. 내용도 그렇고,.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올 걸 그랬다. 너 같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있었을 텐데"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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