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잔은 그에게 족하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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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잔은 그에게 족하다 6-5
  • 김선옥
  • 승인 2022.10.07 07:03
  • 기사수정 2022-10-0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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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에 이어)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낯선 번호였다. 상대는 신원을 확인한 후에 광재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낮고 음울한 톤으로 광재가 어젯밤에 죽었다고 말했으며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을 알려 주었다. 잠시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례식장까지 말해 준 것을 보면, 장난 전화는 아니었다. 그는 비상등을 켜고 한쪽으로 차를 댄 후에 방금 걸려 온 전화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광재의 죽음은 확실했다. 사실이 아닌 잘못된 전화기를 빌었지만 전화 내용은 틀림없었다.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채 사라지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둔탁한 충격이 정수리에서 발끝으로 알싸하게 퍼져 내려갔다. 영화관에서 내내 골이 시끄러웠고 광재가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는데 이게 무슨 해괴한 상황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광재는 그렇게 쉽게 죽을 나이가 아니었다. 젊고 팔팔해서 세상을 뒤집을 수도 있는 나이, 기껏해야 서른다섯이었다. 죽기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전화가 농담이거나 거짓말이었으면 싶었다.

전화를 끊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동안 서서히 광재의 죽음이 느껴졌다. 예리한 단도로 심장을 저미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어 두 팔로 가슴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볼을 타고 주룩 눈물이 흘렀다. 광재를 위해 울 자격도 없는 그였지만 나오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오늘………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 없이 한참을 울었다.

마음을 진정한 후에 전화로 알게 된 장례식장을 내비게이션에 입력시켰다. 장례식장은 의외로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거리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광재가 누워 있는 장소로 차를 몰았다.

장례식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가족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래전에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죽은 자식 취급이었지만 세상을 떠난 마당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건 산 자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광재는 검은 테두리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전히 아름답지요?"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그의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어온 주인공은 깡마른 모습에 키가 상당히 컸다.

"어디선가 우연히 광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언제일지 기대도 했고요. 하지만 절대 이런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잘못됐어요."

그는 물음과 동떨어진 대답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저도 한번쯤은 당신을 보고 싶었지요. 광재를 대신해서."

상대의 말투엔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는 상대에게 풍겨져 오는 싸늘한 시선에서 적의를 느꼈다. (계속)

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은 매주 금요일에 이어집니다.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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