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낸데요.” “경찰서로 좀 오셔야겠습니다.” “뭔 일인디요?” “학생들끼리 싸움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돌아가자 어머니는 정자를 바라봤다. “수남이가 싸움을 했단다.” “뭐?” “경찰서로 오라는디.” 정자는 신발을 꿰어 신었다. “엄마는 있어. 내가 가볼게.”
경찰서에 들어서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따르릉, 따르르릉. 회색 철제 캐비닛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서류철이 수북했다. 바닥에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나같이 덩치가 컸다. 교복이 찢어진 아이도 있었고, 러닝셔츠만 걸친 아이도 있었다. 교복 가슴팍에는 ‘東’ 자가 붙어 있었다. 드러난 팔뚝과 어깨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정자는 아이들을 훑어봤다. 저런 애들하고 수남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때 한 아이의 어깨에 시선이 멈췄다. 연꽃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낯익은 문양이었다. 정자는 지나치려다 다시 돌아봤다. 며칠 전 수남이에게 사다 준 옷을 입혀보던 때가 떠올랐다. 어깨에 얼핏 보였던 무늬. 형광등이 어두워 잘못 본 줄 알았다.
“수남아?”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세상에. 수남이었다. “너 여기서 뭐 해?” 수남이는 고개를 떨궜다. “보호자요?” 경찰이 정자를 불렀다. “학교 운동장에서 패싸움을 했어요. 복싱장 다니는 놈들끼리 패를 만들어 몰려다녔답니다.” “수남이도요?” “저기 앉아 있잖아요.” “이놈들아! 학교에서 패싸움도 모자라 칼까지 써?” 다른 경찰이 호통을 쳤다.
정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리 동생은 아니죠?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그건 조사해 봐야죠. 학교에서도 퇴학 얘기가 나올 겁니다.” “퇴학이요?” 정자는 경찰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 동생 해군 가야 해요. 해군사관학교 간다고 했어요.” 경찰이 헛웃음을 쳤다. “해군사관학교는 무슨. 퇴학당하게 생겼는데.” “제발 좀 봐주세요. 막내 하나 대학 보내는 게 우리 집 소원인데요.” 정자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서류를 뒤적였다. 정자는 수남이에게 다가갔다.
“너 대체 왜 그랬어?” 수남이가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정자의 눈이 멈췄다. 앞니 하나가 반쯤 깨져 있었다. “너 이빨이…….” 수남이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해군사관학교에 가려면 얼굴에 흉터 하나 없어야 하는데. 장롱 깊숙이 돈을 밀어 넣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막내 대학은 보내야지.
“누나.” 수남이가 정자를 불렀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