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스크린여행-⑨은파호수공원] 물결 위에 띄운 예술의 기억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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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스크린여행-⑨은파호수공원] 물결 위에 띄운 예술의 기억물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6.09.29 14:37
  • 기사수정 2026-09-3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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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이 스며든 수변의 명소 ‘미제저수지’가 본이름
‘만인보’작가 고은 시인의 문학적 고향… 이젠 시민 휴식공간
경관과 현대적인 물빛다리의 야경, 충무로의 시선 끌기 충분
은파호수공원
은파호수공원

출렁이는 물결과 수려한 벚꽃길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군산의 은파호수공원.

적어도 고려시대 이전에 수리시설로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 이곳은 오늘날 단순한 도심 속 휴식처를 넘어, 스크린과 문학을 적시는 문화예술의 무대로 깊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은파… 영화 ‘조작된 도시’의 로케이션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사진=군산시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사진=군산시

은파호수공원의 탁 트인 수변 경관과 현대적인 물빛다리의 야경은 충무로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으로 박광현 감독이 연출하고 지창욱, 심은경 등이 출연한 범죄 액션 영화 ‘조작된 도시’(2017)의 주요 장면이 바로 이곳, 은파호수공원 일원에서 촬영됐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화려한 보행교와 주변의 서정적인 풍경은 영화 속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 독특한 시각적 대비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자연이 어우러진 은파의 야경은 스크린 속에서 도시적 세련미와 고독함을 동시에 품은 로케이션으로 기능하며 영화팬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 거장들의 문학적 고향, 기억의 원형이 된 미제저수지

고은 시인 생가지 주변.
고은 시인 생가지 주변.

영화가 담아낸 시각적 미감의 이면에는 은파호수공원의 옛 이름인 ‘미제저수지’와 인근 마을을 배경으로 숨 쉬어온 현대문학의 깊은 뿌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문학사의 거목인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에서 은파호수공원 일대와 인근 할미산은 뗄 수 없는 정신적 고향이다.

시인의 자전적 산문과 대작 연작시 등의 행간에는 어린 시절 뛰놀던 은파 주변 고향 마을의 풍경과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자연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비록 세월이 흘러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으나, 시인의 기억 속 ‘은파’는 가난하지만 순박했던 시절의 정감과 유년기의 사유가 자라난 요람이었다.

이처럼 은파호수공원은 근대의 아픔과 서정이 공존하는 도시 군산의 외곽에서, 자연의 평화로움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문학적 사색의 공간으로 예술가들의 영감 속에 살아 숨 쉬어 왔다.

#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 관광지로

오늘날의 은파호수공원은 낮에는 문학 속 서정성을, 밤에는 영화 속 화려한 미감을 동시에 품은 독보적인 공간으로 진화했다.

군산은파호수공원/사진=군산시
군산은파호수공원/사진=군산시

물빛다리를 건너며 펼쳐지는 잔잔한 호수의 풍경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오고, 대중문화의 로케이션으로 재발견된 공간적 매력은 군산을 찾는 이들에게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특히 봄철 벚꽃군락지와 어우러지는 은파의 야경은 ‘군산 1경’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이러한 지역 자산을 충무로와 문화예술계에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은파호수공원은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관광지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물결 위에 겹겹이 쌓인 영화와 문학의 기억들은 오늘도 은파를 풍성한 스토리텔링의 지오그래피(Geography)로 완성해 가고 있다.

*은파호수공원의 명칭 유래

은파호수공원의 본래 이름은 미제지(米堤池)이며, 우리말로는 ‘쌀물방죽’ 또는 ‘미제방죽’으로 불렸다.

‘쌀 미(米)’자와 ‘둑 제(堤)’ 자를 써서, 인근의 넓은 옥토(선제뜰 등)에 농업용수를 대던 젖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정구역상 지명을 따서 미룡저수지로 불리기도 한다.

정확한 축조 연대는 고문헌 기록상 확실치 않으나, 조선 중종 때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또는 그 이전 백제 시대)부터 존재해 온 매우 유서 깊은 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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