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스크린여행-②초원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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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스크린여행-②초원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 매력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6.09.19 09:23
  • 기사수정 2026-09-19 0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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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80% 이상 촬영한 실질적인 올 로케이션 작품 ‘독보적’
한석규· 심은하 주인공에다 신구 출연작…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
가을 및 시간여행축제· 골목축제의 핵심공간 떠올라
초원사진관/사진제공=군산시
초원사진관/사진제공=군산시

살랑이는 가을바람 속에서 문득 잊고 지냈던 설렘이 고개를 드는 계절, 가슴 한구석을 아련하게 적시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국멜로영화의 전설로 꼽히는 ‘8월의 크리스마스’. 군산은 바로 이 영원한 명작이 숨 쉬고 있는, 스크린 속 로맨스의 ‘성지’ 같은 곳이다.

1948년부터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던 ‘원조영화도시’ 였던 군산.

하지만 군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로케이션 명소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건, 단연 1998년 1월 개봉한 이 영화 이후부터다.

영화의 전 분량이 고스란히 군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덕분에, 세월이 흘러도 올드팬들과 감성을 사랑하는 젊은 청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온 마법, ‘초원사진관’의 탄생 비화

영화 속 핵심 배경인 ‘초원사진관’은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 한복판, 월명동에 있다.

당시 제작진은 영화의 감성을 살릴 완벽한 세트장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잠시 숨을 고르러 들어간 카페 창밖으로, 여름날의 싱그러운 나뭇가지 그림자가 드리워진 허름한 차고를 발견했다.

주인장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어렵게 허락을 받아낸 제작진은 그곳을 지금의 아름다운 초원사진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초원’이라는 이름은 주연 배우 한석규가 어릴 적 실제로 살던 동네에 있던 사진관 이름에서 가져왔다. 촬영이 끝난 뒤 약속대로 철거되었던 이 공간은, 영화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군산시가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따뜻한 전시관이자 추억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관에서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군산서초등학교’ 역시 영화의 설렘을 간직한 곳이다. 사진관 밖에서 단 하루의 애틋한 데이트를 즐긴 정원(한석규)과 다림(심은하)이 놀이공원에 이어 함께 달렸던 운동장. 정원의 모교로 설정된 이 학교 운동장에서 두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심장이 터질 듯 내달리며 서로를 향한 풋풋한 마음을 키워나갔다.

# 못다 한 사랑, 그리고 가슴 시린 가을 편지

영화 속 초원사진관 스케치
영화 속 초원사진관 스케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차분한 사진사 정원과 구청주차단속원으로 일하며 사진 현상을 위해 매일같이 사진관 문을 두드리는 생기발랄한 다림. 영화는 두 사람의 순박하고도 애틋한 감정선을 가슴 저리게 그려낸다.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정원은 다림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고 감정을 숨긴다.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이별을 통보받은 다림은 텅 비어버린 사진관 셔터 문에 원망 섞인 편지를 구겨 넣고 돌아선다. 정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다림은, 기억 속 남겨진 아름다운 흔적을 품은 채 빙긋이 미소 짓는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영화의 엔딩과 함께 흐르던 정원의 이 내레이션은 마치 먼저 떠난 그가 하늘에서 보내는 마지막 연애편지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렸다. 이 명연기와 연출에 힘입어 영화는 그해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심은하), 신인감독상(허진호), 촬영상(유영길)을 휩쓰는 기쁨을 누렸다.

# 알콩달콩 촬영장 비하인드,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로맨틱한 흔적

초원사진관을 둘러싸고 전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처음 개조해 문을 열었을 당시, 진짜 동네에 새로 생긴 사진관인 줄 알고 찾아와 증명사진을 찍어달라던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에 등장하는 이들 중 일부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실제로 사진을 찍으러 온 진짜 동네 주민들이었다고 하니 실소와 같은 미소가 지어질 뿐.

또한, 영화 속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장면에 얽힌 비화도 유명하다. 촬영 시기가 11월 말이라 눈을 볼 수 없자 제작진은 사진관 주변에 하얀 솜을 깔고 소금을 뿌려 눈 쌓인 풍경을 연출했다.

촬영이 끝난 뒤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 소금을 수거해 김장할 때 알뜰하게 썼다니, 제작진의 청소 일손을 덜어준 훈훈한 엔딩(?)이었던 셈이다.

영화의 여운은 현재진행형이다.

전주 출신인 허진호 감독이 2023년 4월, 당시 촬영 현장의 생생한 숨결이 담긴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 자료들을 군산시에 아낌없이 기증했다. 한석규와 심은하의 풋풋했던 리딩 보고서, 감독의 세심한 작품분석 노트, 내부 위치도, 씬별 의상 리스트와 음악 삽입 지점까지 담긴 귀중한 자료들은 군산의 로맨틱한 역사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2023년부터는 영화의 이름을 딴 ‘골목길 축제’까지 더해져 군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로맨스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주말, 흑백사진 한 장을 품고 추억 속의 그날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초원사진관 앞을 서성이던 다림의 발걸음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잊고 지냈던 순애보의 기억이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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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팔 2026-09-28 23:59:10
유영길 촬영감독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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