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중미에 던져지다 ②] 국제기구 인턴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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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중미에 던져지다 ②] 국제기구 인턴은 이렇게 시작됐다
  • 필명=Young
  • 승인 2025.08.18 12:05
  • 기사수정 2025-11-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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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5개월 전, 네팔 카트만두의 한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먹으며 시작됐다. 

“너 한국 돌아가면 뭐 할 거야?”

네팔에서 만난 대학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당시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방글라데시에 있었고, 휴가를 맞아 네팔에 온 참이었다. 선배는 그곳에서 국제기구 인턴십을 하고 있었다.

귀국을 두 달 앞둔 나는 그 질문이 부담스러워 대답을 미룰 작정이었다. 머릿속엔 ‘복학해서 빨리 졸업해야지’정도의 애매한 계획만 있었으니까.

“너 이거 한번 준비해봐. 잘할 것 같아.”

국제기구 인턴십 프로그램. 청년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인턴십 기회와 체재비,사전 교육 등을 제공한다. 좋은 기회처럼 보였지만, 나는 ‘또’ 외국에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몇 번의 휴학과 해외 생활로 내 학적은 이미 오래됐고, 집에서도 슬슬 눈치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친 뒤, 나는 스리랑카 남부의 조용한 해변 마을에 도착했다. 바닷가에서 서핑 수업을 예약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문득 든 생각이 들었다.

그…인턴십 마감일이 언제였더라?

링크를 열어보니 마감은 내일이었다. 어라, 내일이네. 아침에 서핑도 가야 하는데…

다음 날 아침, 서핑샵에 들러 레슨을 오후 2시로 미룬 후,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가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붙을지 안 붙을지도 모르는데, 일단 지원해보지 뭐. 아님말고.

사람은 마감 직전에 집중력과 창의력이 폭발한다고들 하던데, 나는 그걸 스리랑카 바닷가 카페에서 직접 경험했다. 세 시간 만에 지원을 완료한 후 바다로 나가 시원하게 파도를 탔다.

튀긴 빵과 소시지로 파나마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노점상/사진=Young
튀긴 빵과 소시지로 파나마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노점상/사진=Young

왜 하필 파나마였을까

그리하여 나는 지금 파나마시티에 있는 유엔 산하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왜 하필 파나마였을까.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국제기구에서 근무할 총 4명의 인턴을 뽑는데, 각 사무소마다 배정된 팀과 포지션이 다르다. 그중 내가 쌓아 온 경험들과 (아주 살짝) 맞닿은 곳이 파나마 사무소였다.

…라고 말은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미.

남미는 늘 내게 물음표 같은 곳이었다. 영상 속 거리에서 흥이 넘치는 사람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색감과 풍경,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종이의 집’에서 듣던 거친 스페인어. 대체 그곳엔 뭐가 있는거지?

남미는 쉽게 닿을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더 끌렸다. 비행기로 하루 이틀을 꼬박 날아가야 하고, 그나마 만만한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땅. 음식 하나를 주문할 때에도 적어도 다섯 번은 연습하고 스페인어를 내뱉어야 할 테고, 그럼에도 먹지도 못하는 고수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상 속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설레게 했다. 내가 가진 기준이나 시야를 흔들고, 진짜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도를 켜 파나마의 위치를 확인했을 때, 다른 나라 사무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미와 북미를 잇는 가느다란 허리,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나라. 머릿속에는 이미 뜨겁고 습한 공기 속에서 피냐콜라다를 한 모금 마신 뒤, 카리브해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그냥 지원했다. 복잡한 계산도, 치밀한 계획도 없었다.

그래요, 저 단순하고 무식해요.

그리고 지금, 파나마에 있다.

2014년에 개통된 파나마 지하철 ‘Metro’/사진=Young
2014년에 개통된 파나마 지하철 ‘Metro’/사진=Young
시내 버스 ‘MetroBus’/사진=Young
시내 버스 ‘MetroBus’/사진=Young

새내기 인턴 한 달 차의 하루

인턴으로 근무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하루의 리듬이 생기고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집을 나선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약 11㎞, 지하철 네 정거장에, 버스 다섯 정거장을 더 가야한다. 지하철 요금은 0.35달러, 버스는 0.25달러, 환승은 되지만 지하철-버스 간 교차 환승은 안 된다. 택시를 타면 7~8달러가 금방이므로, 물가 살벌한 파나마에서 내 지갑을 지켜주는 고마운 선택지다. 

근무시간은 8시부터 17시까지 고정이고,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4시 사이에 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나는 점심마다 꼭 밖으로 나가 근처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머리가 띵해질 만큼 차가운 에어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서다.

옛 미군기지였던 동네에 위치한 회사/사진=Young
옛 미군기지였던 동네에 위치한 회사/사진=Young

직장인에게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 퇴근 시간.

이때야말로 파나마의 매력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처음엔 타고난 한국인 마인드로 눈치껏 10분 정도 더 앉아 있었는데, 동료들이 ‘왜 아직도 안 갔냐’고 물었다. 다들 퇴근시간 조금 전부터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다. 요즘 나는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게 칼퇴 중이다.

퇴근길에는 하늘을 확인하고 비가 안 오면 러닝을 하러 나간다. 이건 거의 법이다. 파나마의 날씨는 예측불가라, ‘비 안 오는 틈’을 놓치면 그날 운동량은 0이 된다. 옷을 갈아입고 해안도로 Cinta Costera로 향한다. 자전거도 타고 러닝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있는데,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로 늘북적인다. 

맑고 예쁜 바다는 아니지만 시야가 뻥 뚫린 해안선을 달리다 보면 파나마에 있다는 게 조금 실감난다. 왕복 4㎞정도를 달리고, 땀을 쫙 빼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온다. 샤워 후 간단한 저녁을 해먹고, 스페인어 공부를 시도하다가, 넷플릭스를 대충 틀어놓고, 그대로 기절.

이게 내가 파나마에서 보내는 하루다. 별거 없지만, 그래서 더 편안한 하루.

해안도로 Cinta Costera의 밤풍경/사진=Young
해안도로 Cinta Costera의 밤풍경/사진=Young
해안도로 Cinta Costera의 밤풍경/사진=Young
해안도로 Cinta Costera의 밤풍경/사진=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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