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마카오 '상류 기생충'이란 제목과 함께 '가난이 막다른 길은 아닐 수 있다'카피
일본, '반지하의 가족'이란 부제...아트 포스터도 SNS에서 인기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차지했다.
특히 기생충이 이들 4개 부문 뿐만 아니라 미술상과 편집상 후보에도 오르자 해당 부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생충'이 남긴 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속 기정(박소담)이 부른 일명 '제시카 송'은 단 네 마디의 짧은 노래로 SNS에서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런 인기에 힘입어 북미 배급사 네온은 '제시카 송' 영상을 공식 SNS에 올리기도 했다.
영화 속 한우를 넣은 짜파구리 역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린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국에선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인스턴트 누들 두 가지를 섞은 것"이라며 "부잣집 애들도 '애는 애'라는 걸 보여주려고 삽입한 장면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잣집 엄마는 그 위에 부자다운 '설로인'(등심) 토핑을 얹은 거다. 그 부분은 내 창작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40여개국에서 개봉했고, 각각의 다른 문구가 들어간 해외 포스터도 함께 화제가 됐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지에서는 김상만 감독이 디자인한 기존 포스터에 '침입자를 찾아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홍콩과 마카오는 기존 포스터에 '상류기생족'이라는 제목과 함께 '가난이 막다른 길은 아닐 수 있다'라는 카피를 넣었다. 일본에서는 '반지하의 가족'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아트 포스터들도 SNS에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배급사 조커스 필름은 미국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아티스트와 협업한 포스터를 공개한 바 있다. 기택네 반지하 집과 박 사장 집이 한 건물의 아래층과 위층으로 표현했다. 네온이 현지 개봉 후 공개한 아트 포스터를 보면 기택 머리 부분에는 박 사장 집이, 몸통 부분에는 반지하 동네가 거꾸로 들어가 있다.
영국 배급사는 박 사장 집 곳곳을 9개 화면으로 분할한 포스터를 선보였는데, 테이블 밑에 오스카상 트로피를 숨겨놓은 재치를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기생충'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초현대적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기생충'은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CGV는 오는 25일까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 기념 특별전을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 실시한다. 상영이 예정된 영화관은 서울 13곳, 경기 5곳, 부산·울산 5곳 등 총 32개 영화관이다.
이달 말에는 봉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씩 콘트라스트(대조)와 톤을 조절하는 작업을 거친 작품으로 '기생충' 흑백판이 걸린다고 하는데, 관객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해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