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살린 콘텐츠 개발 통한 즐길 수제맥주축제 등과 결합도
말랭이, 영화의거리, 우체통거리 등과 어우러지는 전략 마련 절실
군산이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설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참신한 아이디어의 접목이 시도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적지 않다.
8월 야행과 10월 시간여행축제 등에 이어 시가 야심차게 8월 말 ‘골목길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나름 더위를 확 씻어낼 얘기다.
물론 군산에서 그동안 ‘골목길’이란 이름만 넣지 않았지, 실제로 우체통거리축제 등이 선보여주민축제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 축제와 다른 다양한 콘텐츠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아내는데 버거움도 다소 느껴진다. 기존 축제와 다른 무엇을 채우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군산에서 주된 축제공간은 원도심권의 근대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란 점에서 장소적인 신비감 대신 식상함이 더 컸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원도심권에서 군산의 다수 축제들이 이미 진행되었거나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이자, 핫플레이스란 점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계절을 담아낸 콘텐츠들이 농축된다면 골목축제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이 얼마 전에 옛 군산항 주변에서 열린 ‘2023 군산 수제맥주& 블루스 페스티벌’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맥주보리와 맥아의 주산지 군산에서 즐기는 진짜 우리 맥주’라는 슬로건으로 다채로운 이벤트를 선보여 즐기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희망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골목축제들은 군산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거나 선보인 적이 있다. 벚꽃축제와 시간여행축제, 야행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골목길 정취를 잘 살려 축제를 성공시킨 곳이 부산이다.
부산의 동구 도서관 책마루 전망대에서 열린 산북(BOOK)도로 콘서트나 부산항축제 등으로 인파를 끌어모은 바 있다. 이런 축제에도 부산의 경우 화려한 불꽃축제와 가면무도회, 맥주축제 등 주요 프로그램이 다른 축제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단다.
이에 부산축제조직위는 올해 부산항을 중심으로 교육과 체험· 놀이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형 축제, 시민친화형 문화축제로 확 바꿨단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의미를 살리거나 ‘부산포트관’ 운영은 물론 워터프론트 투어 등도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는 평가다. 다시 말해 ‘시민이 슬리퍼를 신고 가도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호평까지 덤으로 받았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흔히 역세권(驛勢圈)의 ‘(역)세권’을 합성한 말이다. 다시말해 슬리퍼 차림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의미하는 말에서 나온 조어다. 조만간 ‘슬세(권)’와 ‘축제’란 말이 합쳐져 ‘슬세축제’란 새로운 단어도 나올 법하다.
8월 26일 처음 시도될 군산의 골목길축제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그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을 적극 활용, 관광콘텐츠를 살리는 컨셉으로 첫발을 떼겠다는 게 군산시의 구상이다.
영화거리와 옛 항만의 정취, 신흥동 말랭이마을, 우체통거리 등을 어우러질 킬러 콘텐츠의 탄생은 아무래도 맛의 고장 군산의 음식과 야간 경관, 스토리텔링 등이 버무러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영화시장의 야(夜)한 음식(야간 음식점 운영)이나 월명 및 영화동의 각종 맛집들이 그 주제의 중심에 있으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역시 경관이든, 야경이든,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제격이다.
계획된 행사까진 2개월가량 남았다. 무더위 속 군산시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과거와 달리, 시민친화형 ‘슬세(권)축제’의 작은 단초가 마련된다면 헛된 땀을 흘리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