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집 마당에서 장자도 넘어 관리도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바라 보면서 문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관리도에서 저 아름다운 노을을 본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생각을 품고 지냈지만 한번도 그 곳에서 노을을 본적이 없는 아쉬움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2017년 12월 장자도까지 연육교가 연결이 되고 나서 장자도 끝편에 있는 선착장에서 관리도, 방축, 명도, 말도 정기 여객선이 평일엔 2회, 주말엔 3회 운항을 하고 있다.
그 중 관리도는 장자도항에서 8분이면 도착할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뛰어난 풍경을 가진 캠핑장이 있기에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입도(入島)하고 있다
여객선을 타고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엔진소리를 내며 언덕에 있는 관리도 발전소다.
1997년에 발전소 공사를 시작해 1998년부터 30여 가구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80kw를 생산하는 발전기 3대를 갖추고 있다.
주말과 계절에 맞추어 4명의 직원(군산시청 별정직)이 상주한다.
섬의 불빛을 밝히는 힘찬 발전기를 보고 있으니 처음 전기가 들어왔을 때 섬 생활의 변화를 경험해 본 필자로서는 이곳 주민의 삶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 들어서자 건설 골재 및 포크레인 소리가 들려온다.
그동안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만들고자 민박과 상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은 마냥 반갑기만 하다.
그동안 정체되고 침체되어진 마을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해주길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마을 할머니들과 잠시 담소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김제, 만경, 장자도에서 이곳 관리도로 시집 오셔서 지금까지 이곳을 지켜 오셨단다. 젊어서 지긋지긋하게 고생하셨다며 섬생활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곳만한 곳이 없다며 모두다 웃으신다.
관리도는 예전엔 버금물(1가구), 진장불(4가구), 설록금(5~6가구), 곶지(30여가구) 모두 4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다.
1963년 십이동파도 간첩 사건으로 인해 현재 마을인 곶지 마을로 모두 이주해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관리도의 전래 고유어 지명은 ‘고지, 꼬찌, 꼬치, 고지, 곶리’ 등이다
이 지명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문헌자료는 '호구총수'를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관리도를 ‘곶지리(串芝里)’로 표기하고 있다.
그후 1912년 조선총독부 간행 '지방행정구역명엉일람'에는 ‘곶리(串里)’로 기록되어 있다.
관리도란 이름은 ‘곶(串)’의 훈을 ‘관(串’)으로 읽은 데서 유래한다.
‘곶’ 혹은 ‘고지’는 세 면이 물로 둘러싸인 반도꼴의 땅을 의미하며, 바다 또는 호수로 뾰족하게 내민 육지의 끝을 말한다.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29) 고군산군도,국립문화재연구소>
현재 관리도는 15가구 35명 정도가 어업과 관광을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을을 뒤로하고 10여분을 걸어가면 캠핑장을 거쳐 기암괴석을 볼수 있는 전망대와 등산로가 있다.
이런 풍경을 볼수 있는 곳은 과연 우리나라에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서해의 망망대해와 무산십이봉으로 불리우는 말도,명도,관리도,횡경도부터 안쪽에 있는 장자도,선유도,신시도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이곳을 바라보면 숨을 멎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에 세상 시름을 내려놓고 아무생각 없이 내 자신의 쉼을 주기에는 너무도 편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2~3시간의 등산로는 바다와 산을 한번에 품을 수 있는 곳이기에 등산과 캠핑을 함께 즐길수 있는 관리도 캠핑장을 적극 추천해본다.
다시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다보면 해변을 만난다.
같은 섬에 있는 해변이지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한 곳은 갯벌이 있고 어느 곳은 거친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또 다른 곳은 긴 모래사장로 이루어진 모습은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이름 또한 ‘쌩기밋장불, 설록금장불, 신여장불, 아장불, 진장불’ 등.
우리 고유 명칭이 지금도 남아 있는 이 곳을 둘러보다 도로 끝 한적한 곳에 이르르면 미지의 세계로 입문할수 있는 바위가 있다.
이 곳을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간직한 채 넓디 넓은 백사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을 이곳 주민은 '진장불'이라 부른다.
아직 사람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지만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서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진장불을 걷다보니 유난히 큰 목소리로 바위 주변에서 울어대는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가 눈에 띤다.
유독 사람을 경계하며 하늘을 빙빙돌며 한곳의 바위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분명 알을 품고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레 그들의 번식지 가까이 걸음을 옮겨봤다.
5~6마리의 새들이 큰소리로 울어대며 하늘을 비행하는 몇장의 사진을 담았다. 그들의 공간에서 벗어나니 안심이라도 한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경계를 풀었다는 의미다.
선유도, 무녀도 갯벌과 주변 바닷가에 많은 무리의 검은머리물떼새를 볼수 있는 풍경도 흰발농게와 더불어 좋은 관광상품이 되리라 본다.
섬은 몇 번 들어와서 걸어보았기에 이번엔 사선을 빌려 타고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관리도 서쪽을 향해 뱃머리를 돌려본다.
마을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보먼 '문여'라 불리우는 바위가 있다.
어느 풍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에 감탄하다보면 진장불이 보이고 바로 돌면 하늘로 뚫린 쇠코바위(구녕바우)다.
쇠코바위는 고군산의 서문으로 불리운다.
한쪽에서 보면 코끼리가 물속에 잠수하는 모습이며 다른 반대편에서는 코뿔소가 잠수하는 묘한 모습이다.
이후 약 2km정도 되는 기암절벽의 기묘한 모습은 아무말 없이 자연의 풍광에 빠져 들 수밖에 없다.
바위와 수많은 군사들이 도열한 듯한 생김새로 인해 일명 '만불상'으로 불리우는 바위들과 폭포바위와 삼선바위가 있는 이곳은 꼭 둘러봐야할 곳이다.
개인적인 숙원인 관리도에서의 노을은 이번에도 보지 못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 관리도에서 하루를 지내며 관리도의 저녁과, 밤, 새벽을 느껴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 섬에 외지인이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지도 꽤 됐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공생,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준 시민기자
ㆍ원광대 일반대학원 보건행정학 석사
ㆍ군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
ㆍ현)선유도에물들다 대표
ㆍ현)선유도주민통합위원회 사무국장
ㆍ현)고군산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