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별세한 일본프로야구의 전설적 타자이자 재일교포 야구인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생전에 전북 군산을 세 차례 찾았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훈과 군산의 인연은 고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대행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그의 군산 방문 기록은 조종안 기자가 펴낸 <군산 야구 100년사>에 비교적 자세히 담겨 있다.책에 따르면 장훈은 1972년 11월, 1979년, 1983년 등 세 차례 군산을 방문했다.
첫 방문은 일본프로야구 도에이(東映) 소속 선수로 뛰던 1972년 11월이었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장훈은 서울운동장에서 훈련 중이던 고교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당시 국내 고교 선수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면서 제2의 백인천과 같은 유망주를 찾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군산과 광주, 부산 등을 돌며 지방 고교 선수들에게 타격과 작전 등을 지도했다.
두 번째 군산방문은 1979년이었다.
당시 대한야구협회 전무를 맡고 있던 고 이용일 전 총재가 장훈을 군산으로 초청했고, 장훈이 이에 응하면서 군산을 다시 찾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 전 총재는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당시 KBO초대 사무총장을 맡았으며, 장훈을 총재 특별보좌로 임명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한국 야구 발전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군산에서 장훈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한 장훈은 야구를 꿈꾸던 군산의 청소년들에게 일본 야구의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
1983년 군산에 머문 기간은 2박3일이었다.
<군산 야구 100년사>에는 당시 장훈이 항도호텔에서 묵었으며, 아침에는 신생다방(신생그릴)에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아리랑고개 너머에 있던 요정 송죽(松竹)을 찾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장훈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3,085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0.319, 홈런은 504개, 타점은 1,676개다.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으면서도 선수 생활 동안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은퇴 이후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한국 야구와의 인연도 깊었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KBO 총재 특별보좌로 활동했으며,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지난달 별세한 고 백인천 전 감독의 일본프로야구 진출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훈에게 군산은 한국 방문 때 잠시 들른 지방 도시 가운데 하나만은 아니었다.
일본 야구의 정상에 섰던 그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을 만나고, 한국프로야구 출범을 준비하던 야구인들과 인연을 이어간 곳이었다.
그의 세 차례 군산 방문 기록은 이제 군산 야구의 역사 한편에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