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히 피어난 꽃, 부디 아서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길목,
거친 흙 속에 묻힌 새순 하나.
차가운 세상의 숫자들은
그 싹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바람은 스치며
그 뿌리까지 흔들어댔다.
하지만 누군가는
마른 흙에 조용히 물을 주었고,
누군가는
서리 내리는 밤을 함께 견뎠다.
무엇이 될지 몰랐다.
다만 때 묻지 않은 푸릇함이 좋았을 뿐.
그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
마침내 꽃이 되었다.
그 꽃망울에 갇힌 향기가
골목과 광장을 건너
세상으로 번져가던 날
여지없이 윙윙거리며
몰려드는 날파리 떼.
꽃이 피기 전에는
이 작은 싹을 비웃던 것들.
어제까지는 다른 꽃의 단물을 빨아먹으며
남의 계절만 기웃거리던 것들.
그것들이 가장 먼저 꽃 곁에 내려앉아
마치 오래전부터
이 꽃의 봄이었던 것처럼
날개를 떨고 있다.
찬란히 피어난 꽃아.
부디 아서라.
네가 아직 흙 속에 있을 때
손을 내밀었던 이들이 누구인지,
향기 하나 없던 날에도
너를 믿어주던 이들이 누구인지.
잊지 마라.
날파리들은
꽃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 안의 향기와 꿀을 탐할 뿐.
가장 경계할 것은
날파리가 꽃을 먹는 일이 아니다.
그들의 달콤한 날갯짓에
마음을 내어주는 일.
그들의 아첨과 이간질에
귀를 빌려주는 일.
그 순간,
꽃은 향기를 잃는다.
뿌리를 잊는다.
그리고 마침내
꽃이기를 포기한다.
날파리가 꽃을 망치는 것이 아니다.
꽃이 날파리를 닮아가는 것이다.
단물 빠져나간 자리에는
진물 흘리는 변절만 남고,
한때 너를 꽃이라 불러주던 사람들의
서늘한 침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장 눈부신 오늘일수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말고
고개를 숙여 너를 꽃으로 만든 흙을 보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