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살해 협박으로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는 교사와 관련해 출석정지 조치를 받은 학생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지만 훈계를 들은 것에 화가 나 수업이 끝난 뒤 한 발언이란 점을 감안해 협박죄 등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이유다.
전주지방법원 제1-2행정부(부장판사 김선영)는 군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제기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학생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학생에게 내려진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9월쯤 당시 군산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체육교사인 B씨로부터 수업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었다.
이에 화가 난 A군은 수업이 끝난 뒤 교실로 이동하는 도중 B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B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군의 발언을 전해들은 B교사는 '살해 협박을 당했다'며 약 일주일 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
특히 그는 인증사진을 찍어 주위에 알렸다.
전북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도 "이는 명백한 교권침해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 처분을 내렸다. A군의 행위는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정신적 상해·모욕으로서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판단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A군의 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전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군이 수업시간에 훈계를 들은 것에 불만을 품고 감정적으로 흥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A군이) B교사에 대한 분노나 혐오의 감정을 무례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봤다.
또 "A군의 발언을 전해들은 B교사가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이란 점은 인정했다.
그렇다하더라도 "A군의 발언자체가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협박의 고의가 있다기 보기 어렵고, B교사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또 신체적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장애를 초래하는 실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교보위는 A군의 발언이 협박죄와 정신적 상해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다"며 "하지만 형법상 상해죄와 모욕죄, 협박죄 등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교보위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소송 비용조차도 피고인 학교와 함께 '피고보조참가인'인 체육 교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