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태양광사업과 관련해 강임준 군산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강 시장이 입찰공고 상 계약조건에 미달하는 부적격 지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강 시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필자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그 진위를 밝히고 경위를 해명해야 할 정도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이해하려하되 이해되기 힘든 게 있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강 시장을 편들기 위해 펜을 든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엄연한 객관적인 사실을 감추려거나 독자들의 판단가치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것도 아니란 걸 미리 밝혀둔다.
그동안 강 시장에 대해 불만이 많거나 비판적인 인사들은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형식 빌려 이례적 先공개
감사원이 이번에 일부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최종 의결을 거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를 공개한 점이 바로 그 이유다.
감사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 감사결과는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임"이라고 했다.
감사결과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히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및 결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공개할 수 없는 게 감사원의 내부 시스템이다.
문제는 감사원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시 역시 감사원이 지난 주 공식 질의서를 보내놓고 답변하기도 전에 감사결과를 공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감사원의 보도자료 중 강 시장과 관련된 핵심 내용을 들여다보자. 토씨하나 고치지 않고 보도자료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왔다.
'D(강시장)는 2020년 11월 담당과장으로부터 ㉯업체(대표이사와 강 시장은 고교 동문회장단을 함께한 사이)등이 입찰공고 상 연대보증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어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도'
'부하 직원들에게 위 연대보증 조건 충족이 가능한 차순위 적격업체와 협상하도록 하지 않은 채 ㉯업체 등의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지시하는 등 A업체 등과 조속히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
'그 결과, 당초 대출금리(고정금리 3.2%)보다 최소 1.8%p 이상 높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약정을 다시 체결함에 따라 대출금리와 연동된 ◎◎시의 수익금 감소로 향후 15년 간 110억원 상당의 손해 예상'
감사원은 강 시장이 지인 업체에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보도자료 제목부터가 그랬다.
'감사원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중 비리혐의 중앙부처 전직 간부, 자치단체장 등 38명 수사의뢰'
'(사례2) 자치단체장이 지인 업체에 사업자 선정 등 특혜제공'
그러면서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특정업체와 고교동창이라는 점을 보도자료 내용에 끼어 넣었다. '괄호'로 묶어주는 친절함까지 베풀었다.
#사실여부 가리기도 전에 강 시장은 '배은망덕' 낙인
이 순간 강 시장은 사실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시가 손해를 보든 말든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지인 업체에 특혜를 주는 '배은망덕'한 시장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셈이다.
재선까지 시켜줬더니 뒤에서는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시장에게 과연 손가락질 하지 않을 시민이 몇이나 될까?
감사원은 사업규모, 언론보도 및 감사청구사항 등을 토대로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대규모 사업을 선별해 위법·부당 여부를 집중 점검한 결과라고 했다.
감사원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주민소환'감이다.
필자는 감사원이 다분히 무슨 의도가 있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믿고 싶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머릿속으로나마 그렇게 믿어볼려고 노력하고 싶을 뿐이다. 개인적인 편견도 지워보려한다.
#市, 시종일관 "감사원 감사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시는 감사원 결과에 시종일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 시장이 지인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미 다른 자자체에서도 지역업체 보호 및 지원지침 등의 조례를 제정해 지역경제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구매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당초 대출금리보다 최소 1.8%p 이상 높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약정을 다시 체결한 탓에 시의 수익금 감소로 이어졌다는 감사원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향후 금리 변동상황에 따라 대출금리가 바뀔 수 있는데도 단순히 현 시점 금리차이 만으로 향후 15년 110억 상당의 손해를 예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코 시는 지금도, 앞으로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앞으로 기소가 돼 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기까지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만큼 거세다.
어쩌면 시가 감사원 결과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때문에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반발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속단하거나 단정할 수 없다.
감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감사원이 보도자료 형식을 빌려 마치 객관적이 사실인양 서둘러 공개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비겁했다. 해명이나 답변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느닷없이 공개한 점에서 그렇다.
#권익위 감사결과 공개로 '수세' 몰린 감사원…설마?
감사원은 최근 수세에 놓였다. 좀 더 자극적인 표현을 쓰자면 궁지에 몰려 있다.
감사원의 권익위원회 결과보고서가 허위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의겸 국회의원은 그 감사결과 보고서를 허위 조작한 주범으로 유병호 사무총장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법을 무시하고 감사원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린 유 총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정조사까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감사원의 이번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일부 공개가 이 사안과 무관할 것이라고 믿는다.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흠집내기나 국면전환용이 아닌 현 정부 감사원의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도, 현재도, 또 미래에도 대한민국 감사원을 신뢰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