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4일(목) 오후 6시 30분. KIA타이거즈-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군산 월명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가을 야구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스탠드를 가득 메운 지역 팬들의 함성 속에 시작된 이날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는 김상현, 최희섭 선수의 홈런포에 힘입어 5-0으로 완승,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 짓는다.
시즌 한 경기를 남겨놓은 KIA 타이거즈는 7이닝 동안 3안타만 허용하고 실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선발 로페즈의 호투에 이어 8회 양현종, 손영민, 9회에 마무리 유동훈을 내세워 경기를 깔끔하게 마감하였다.
KIA 타이거즈는 이날 승리로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2위 SK가 모두 승리할 경우 승률이 같아지지만, 상대 전적에서 앞서 1위에 오르게 된다.
김상현, 최희섭의 홈런포는 이날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폭발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6개 구단이 자웅을 겨뤘던 프로원년(1982) 시즌성적 4위에 그친 해태타이거즈는 1983년 코리안시리즈(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MBC 청룡을 8-1(4승 1무)로 누르고 낙승, 한국 프로야구 2대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V10에 빛나는 ‘해태 왕조’가 시작된 것.
그 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여덟 번(해태타이거즈 시절 포함) 거머쥔 KIA 타이거즈는 단일리그로 치러진 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에 이어 다섯 번째 1위를 차지하였다.
이날 ‘군산의 아들’ 김상현은 1회 말 투아웃 주자 1, 2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3회 말 투아웃 1루에서 호쾌한 2점 홈런까지 터뜨렸다.
시즌 36호 홈런에 3타점을 추가한 그는 시즌 타점도 127점으로 늘렸다.
그의 2009시즌 36홈런 127타점은 2004년 이후 최다홈런, 최다타점 기록이었다.
최희섭도 홈런포가 터졌다.
5회 말 투아웃 2루 찬스에서 히어로즈 선발 김수경의 4구째 직구를 잡아당긴 게 밤하늘을 뚫고 날아가 승리를 확정짓는 홈런이 되어 경기 때마다 만원사례를 기록하는 군산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경기가 끝나자 관객과 선수들의 함성이 540발의 축포와 함께 초승달이 떠 있는 군산 구장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날 승리를 주도했던 최희섭, 김상현(2009년 정규시즌 MVP), 이종범 선수의 소감을 들어봤다.
# 최희섭
- 5회 말 2점 홈런으로 1위를 확정 지은 소감은?
“매우 기쁩니다. 열심히 해왔는데 결과가 좋아 감격스럽고,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항상 V10, V10 했는데 3년 만에 이루어서 정말 기쁩니다."
"홈런은 게임 전부터 부담되어, (김)상현이랑 저랑 그냥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현이도 홈런을 치고 초반부터 앞서가면서 편하게 이겼던 것 같습니다.”
- 한국으로 나오면서 다짐한 게 오늘 같은 결과였나?
“항상 마음으로만 V10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꿈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감동이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전반기에는 주춤했지만, 후반기에 선수들이 연습을 열심히 한 게 1위 비결이고, 오늘처럼 웃을 수 있는 것은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김상현
-오늘 결과는 김상현 선수의 활약이 원동력이 된 것 같은데?
“저로서는 무척 뿌듯한데요."
"저 혼자만 해서 된 것은 아니고, 선수들의 노력과 실력이 하나하나 모이고, 저도 나름대로 해결해줘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이종범
- 한국시리즈 직행이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지금으로써는 후배들에게 아주 고맙고,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은퇴설이 있어서 이러한 영광을 누리지 못할 텐데 이 자리에 있게 해준 팬과 가족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2년 동안 열심히 해서 이런 결과를 얻은 데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 1997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에서 MVP 했던 것으로 아는데?
“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코치진과 선수들이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어렸고 지금은 사십이 된 나이에 한국시리즈에 나가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예전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얘기해줘 남은 20일 동안 저희에게 필요한 문제점들을 잘 보완, 1차전부터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2009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릭 구톰슨, 아킬리노 로페즈, 윤석민, 양현종의 호투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난 이종범, 최희섭, LG 트윈스에서 돌아온 김상현의 활약에 힘입어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두를 달렸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를 맞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9회 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4승 3패를 기록, 구단주가 기아자동차로 바뀐 이후 최초이자, 통산 10번째(해태 타이거즈 기록 포함)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