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에 물들다] 최치원 탄생설화 남악리 금돈치굴

2021-04-06     임동준 시민기자

봄바람이 불고 있는 오후에 친구가 사는 남악리 마을 당산과 뒷산을 함께 돌아 보았다.

이곳은 선유도 최동북에 위치한 마을이다.

어려서는 이 마을에 놀러오려면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왔어야 했던 동네다.

아직도 비포장 산길을 굽이굽이 넘어와야하기 때문에 관광객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때묻지 않은 선유도 중 한곳이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섬은 겨울에 돌아봐야하고 산에 올라가봐야 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가야하나 난 지금의 이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아직 새순이 나오는 산에 올라가면 어느 계절에 느끼지 못하는 생동감을 직접 느끼며 바라볼수 있어서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진 당제를 품은 당산에 오르지마자 아주 가까이 보이는 장자도와 그 넘어 관리도가 마치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불타오르는 낙조 또한 분명 선유도를 대표하는 풍경이라 자부한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잠시 가파른 낭떠러지 같은 한편을 건너보니 북동 방향에 있는 무산십이봉으로 이루어진 말도, 명도, 방축도와 횡경도로 이루어진 길다란 모습이 나를 반겨준다.

이곳이 있기에 아늑한 선유도를 가질수 있는 아주 고마운 섬이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무산십이봉과 선유도 사이 바다에 떠있는 양식장은 고군산의 대표 상품인 김(해태)양식장이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이번 마지막 김을 채취하고 나면 11월중순부터 시작한 김양식을 정리할 시간이다.

다른해와 비교해보면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균의 소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김양식으로 한해 수입을 의지하는 어민들에게는 아쉽기만한 올 겨울이었다.

아마도 새만금 방파제가 연결이 되고나서 조류의 변화로 인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잘 이내겨는 어민들이지만 차츰 어족자원 고갈과 양식사업 성장의 한계로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바다의 수입보다는 관광산업으로 전환되는 모습은 연육교가 연결이 되고나서 고민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을 오게된 이유는 사실 금돈치굴(金豚始窟)을 보기 위함이었다.

항상 바다에서만 바라보며 가까이 가본 바위동굴은 예전부터 신라 대학자 최치원의 경주 최씨를 ‘돼지 최씨’로 부르게 된 중요한 민족 설화가 담겨져 있다.

특히 이곳의 금돈치굴은 실제로 돼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다.

직접들어보니 수평과 수직으로 뚫린 굴에 파도가 밀려들어오면 동굴 안의 바위벽과 부딪치면서 공명음이 발생하는데 이 소리가 신기하게도 ‘꿀꿀’과 비슷하다는 게 친구의 설명이다.

우리가 도착 시간은 썰물때이어서 그 소리가 약하게 들렸으나 파도가 치는 날이면 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릴 것 같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어려서 들었던 금돈치굴의 설화는 예전 한 고을에 새 수령이 부임해오면 금돼지가 나타나 몰래 수령의 부인을 납치해 가는 것이었다.

이 고을에 와 그렇게 부인을 잃은 수령이 벌써 여러명이 넘었다.

그러다보니 이곳으로 부임하는 것을 꺼려하였지만 어느 용감한 벼슬아치 한 사람이 이 고을 수령을 자처했다.

그 수령이 오자마자 온 마을에 있는 명주실을 거두어들여 그날 밤 잠든 부인의 옷섶에 명주실을 단단히 묶어놓고 자리에 누웠다.

밤이 깊어 잠들었던 부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따라 명주실을 계속 풀었다.

이틑날 수령은 명주실을 따라가 바다건너 커다란 동굴속으로 들어가보니 여려명의 여인속에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몰래 금돼지가 싫어하는 사슴가죽을 보이며 정신을 잃은 틈을 타서 심장을 찔러 숨을 거두었다.

수령은 부인을 구출하여 관아로 돌아왔다.

그 후 얼마 뒤 부인의 뱃속에 아이가 잉태되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금돼지의 자식이라 기를수 없다해 내다 버렸으나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젖을 먹이고 학이 날아와 품어 주곤하였다.

수령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도로 데려댜 길렀는데 이 아이가 바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다.

내초의 금돈시굴과 선유도의 금돈치굴은 그동안 최치원선생의 고군산 탄생설을 강력하게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탄생설화 하나만으로도 이곳 남악리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이곳의 자랑으로 이러 나가야할 것이다.

금돈치굴을 지나 바로 옆 해변가에 엄청남 해양쓰레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

치워도 바람불고 파도가 치면 곧바로 쌓인다는 해양쓰레기가 세계적인 문제라한다.

하지만 조금더 신경쓰고 더 많은 관심으로 바로바로 치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 하나둘씩 올라오는 춘란의 꽃대를 꺾어내는 모습과 나무를 캐어낸 흔적들 그리고 배낭에 돌을 담아가는 관광객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이 지역 주민들에게 무거운 숙제를 남겨준다.

사진=임동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