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기자의 DJ(김대중) 취재기] DJ, 일곱 번째 군산방문(1992년 3월)

군산역 광장 유세

2025-02-01     조종안
군산역 광장 유세 모습(출처: 한겨레)

김대중(DJ)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1992년 봄 군산을 다시 찾는다. 이는 일곱 번째 방문으로 경제 난국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3월 17일 오전 군산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 연설회에서 “거대 여당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표를 몰아달라”며 채영석(蔡映錫) 후보 지지를 당부하였다.

DJ는 이날 옥구, 완주 등 전북 7개 지역 정당 연설회에 참석,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정부는 농민들이 민자당(民自黨)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기고 금년도 추곡가 인상률과 수매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며 “폐농의 길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을 위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날 군산역 광장에는 2천여 명의 청중 뒤쪽에서 갑자기 민주당 청년 친위조직인 연청(聯靑: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동지회) 출신 무소속 출마자 엄대우(嚴大羽) 씨와 지지자 2백여 명이 나타나 엄 씨의 이름을 연호,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하였다.

엄 씨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청중에게 홍보물을 돌리고 ‘연청’ 피켓을 치켜들며 ‘시위성’ 선거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연단으로 올라가 김 대표를 일방적으로 껴안는 등 연설을 방해하였다. 이에 김 대표는 진노한 표정으로 “채 의원은 어려울 때 몸으로 때우는 나의 분신이며 엄 씨는 공천받을 자격이 없어 탈락한 것이다. 엄 씨의 행동은 군산 시민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10여 분간이나 당의 명령에 불복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역설하였다.

DJ가 16일부터 이틀 동안 전북 지역 전체 선거구 정당 연설회에 참석, ‘표몰이’에 들어가자,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DJ가 몰고 올 파장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바람 잠재우기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하였다.

당시 민주당 전라북도 지부는 DJ 일정이 발표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1백만 인구의 광주시와 2백5십만의 전북 간에 예산 규모가 비슷한 것은 DJ가 호남 중에서도 광주·전남만을 편애하기 때문”이라며 전북 홀로서기를 강조하였다.

한편, 민주당 후보들은 DJ가 참석하는 정당 연설회를 ‘판세 굳히기’에 결정적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 아래 DJ의 순회 시간 배정에 신경전을 벌여 10~30분 정도를 할애받았다. 그러나 군산의 채영석 후보는 읍소 작전으로 ‘하룻밤 모시기’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전주 완산에서 출마한 손주항 무소속 후보는 ‘천하에 봄바람은 왔지만, 김대중 바람은 이제 가을바람뿐’이라며 ‘김 대표 나들이에 시민들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DJ는 군산(채영석), 옥구(강철선), 완주(김태식), 진안(오상현), 임실(홍영기), 남원(조찬영), 곡성(황의성), 담양(박태영) 등 8개 지역을 돌면서, 정부 여당의 ‘살농 정책’을 비난하고 충분한 곡가와 수매량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활농 정책’을 약속했다.

DJ는 군산에서 발표한 ‘농업정책’ 대안을 통해 △ 곡가 보장을 위한 ‘양곡도매시장’ 육성 △ 쌀소비 증대를 위한 초중고의 쌀밥 급식 △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영농후계자 병역면제 제도 입법화 추진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