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고래·사랑이 어우러진 늘 깊고 푸른 섬과 먹을거리[下]
등대 · 봉수대· 치동묘· 어청도 포구 등 명품 ‘出寫地’ 각광 새로운 관광지 부상… 관광 명소+ 먹을거리 통해 새판짜야 하이라이트 ‘어청도 등대’… 노을· 저녁· 낮 등 사진찍기 명소 외국 탐조전문가들의 성지
군산에서 어청도항으로 기나긴 여행의 종착지에 도착하면 무엇이 기다릴까.
이 항구는 ‘U’자형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태풍 등과 같은 자연현상이 벌어질 때 선박들의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한단다.
어청도항은 말굽 모양 산줄기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빨갛고 하얀 항로표지 등대 사이로 들어서야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어청도 앞에는 ‘국가 1급 대피항’이며 ‘서해어업 전진기지’란 수식어가 붙는다.
오래전, 어청도가 번성했던 시절로 시간여행이라도 떠나면 많은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풍랑이 거센 날이면 천혜의 피항장으로 모여든 어선들 덕분에 섬 안의 술집과 식당 등은 불야성을 이뤘다. 선술집에선 선원들과 술집 숙녀(?)들간 속삭임과 교태, 술 여흥들로 가득했을… 그 공간들이다.
이젠 선착장 골목에 남아 있던 어청도의 옛 자취들 역시 하나둘 없어져 가고, 현재의 섬 삶을 위한 건물과 시설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선착장 앞에 있는 제법 오래된 신흥상회도 그런 곳과 관련이 있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젠 이런 호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차츰 사라져 가고 있고 옛 영화는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 지 오래다.
이젠 새로운 어청도를 가꾸고 만들어야 할 시기란 얘기다.
그 시작이 어청도의 자연환경과 문화재, 풍미 등을 활용한 기발함을 조화롭게 해야 하지 않을까.
# 어청도의 명소들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공치산과 치동묘, 봉수대, 최고 명물 어청도 등대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어 철새 탐조 명소로도 손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어청도 노을은 사진작가들에게 최고의 출사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어청도 등대는
일본인들이 즐겨 먹던 고래를 잡기 위해 어느 곳보다 먼저 이주했던 곳이 어청도다.
이들은 1912년 어청도에 등대(등록문화재 제378호 지정)를 세우고 방파제를 만들어 항구시설을 갖추고 이곳의 실질적인 주인처럼 행세했다.
어청도 등대는 섬의 서북 끝자락 항로표지관리소 내 바다 쪽 별도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등대는 2004년 지정된 소록도 갱생원 등대 이후 등대로는 우리나라 4번째 등록문화재로 등극했다.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지나는 선박들의 중요한 이정표인 이곳은 높이 15.7m이지만 해발고도 61m에 위치, 등대 불빛이 사방 37km로 퍼져나간단다.
하얀 등탑에 빨간 지붕과 아치형 미닫이문을 가진 등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모습이 돋보인다. 게다가 본체로 이어지는 좁고 낮은 돌담길과 울타리가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그림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주변의 해송 숲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면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특히 석양 무렵에는 붉게 물든 수평선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발산한다. 우리나라 등대 15경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단연 손꼽히며,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백미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노을과 등대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어청도 봉수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한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17세기 중반 숙종 3년에 봉수대는 폐지되었는데 어청도의 주봉인 당산(서방산: 198m) 정상에 위치해 있었단다. 지금은 터만 있을 뿐.
*치동묘
어청도 치동묘는 중국 제나라 사람인 전횡을 모시는 사당으로 어청도 포구 마을 가운데 위치해 있다.
전횡 장군은 오래전부터 어청도 주민들의 토속신앙의 당신이 되어 치동묘를 세웠다. 치동묘는 높이 2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대문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 전면 3칸 측면 1칸 높이 2m의 목조기와 형태로 지어진 치동묘 내부에는 전횡의 초상화와 위패가 모셔져 있다.
전횡은 한나라 고조 유방(기원전 274~ 195)과 동시대에 활약한 중국 전국시대의 인물로 재상을 거쳐 왕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어청도와 보령의 외연도, 녹도 등에서 전횡을 풍어와 해상의 안전을 지켜주는 당신으로 모시고 매년 당제를 지내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전횡은 군산 500명을 이끌고 망명길에 올라 돛단배를 타고 서해를 떠돌던 중 3개월 만에 어청도를 발견했다는 신화다. 그들이 바다 위에 표류하다가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는데 갑자기 푸른 산이 나타나 전횡이 이곳에 배를 정박하고 어청도라 이름지었다는 설화도 있다.
어청도의 치동묘와 군산의 치동원에서도 전횡의 초상화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있단다.
이런 오랜 전설의 섬에는 설화들이 적지 않게 전해져온다.
*우럭찜, 붕장어구이, 홍합탕수육, 돌도다리 튀김 등으로 손짓
어청도의 오랜 설화만큼이나 이곳엔 기나긴 세월 동안 지켜 온 주민들의 삶과 그들이 생활 속에서 먹어온 음식들도 상당하다.
이를테면 청정바다에 나온 풍부한 식재료로 만든 우럭찜, 우럭젓국 붕장어구이, 홍합탕수육, 돌도다리 튀김, 월게장 등 해산물 먹거리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낭만과 전설의 섬도 육지와의 거리 때문에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을 외면해왔다.
여기에다 섬 인구 감소와 먹고사는 문제 등으로 이곳의 고립상태는 기나길었다.
군산시가 전국적인 섬 관광 붐에 발맞춰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아이디어 등을 짜내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년전부터 시는 어청도 고유의 독특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벤트 개발과 함께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급 여객선을 투입했다.
또한, 여객선 운항횟수도 기존 주중 1회와 주말 2회에서 금요일부터 2회로 늘리는 등 관광객 유치에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
(여행 꿀팁)… 탐조 + 산책
어청도의 명소와 맛을 보면 더는 볼만한 것이 없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가장 숨겨진 관심는 탐조(探鳥)다.
어청도는 흑산도와 마찬가지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사이 이동하는 여름 철새에게 매우 중요한 길목이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해마다 번식지로 향하기 위해 수천 ㎞를 날아오는데, 어청도는 이런 새들에게 정거장 역할을 한다. 진홍가슴, 긴다리솔새사촌, 흰눈썹황금새, 붉은부리찌르레기 등 어청도는 희귀 조류들을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외국 탐조전문가는 물론 국내 탐조객들의 발걸음이 빈번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색적인 어청도의 묘미는 도보 여행길. 어청도 둘레길인 이곳은 등대길, 해안산책길, 안산넘길, 전횡장군길 등 4개의 코스가 있다.
좌우로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하며 편히 걸을 수 있는 어청도 3코스 도보 여행길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신기한 볼거리도 있다. 어청도초등학교(어청도 초등학교는 지난 1925년 4월1일 어청도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이후 1942년 4월1일 6년제로 개편됐다. 지금 4년째 휴교 중이다.)
어청도초교의 계단 위에 있는 ‘연리지 사랑나무’가 이 섬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곳이어서 청춘남녀나 부부 등의 필수코스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곳의 연리지는 향나무와 향나무가 한 몸을 이룬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