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관광의 접목 下] 전국 맨발 걷기 콘텐츠 개발 경쟁 치열

선도지자체 맨발걷기축제 통해 직접 체험하는 테마형· 체험형 관광 시도 원주시, 전국 첫 ‘트레킹 도시’ 선포…트레킹 활용한 건강 및 관광도시 추진 군산의 생존전략은… 은파호수공원 산책로 전구간 확대 통해 경쟁력 제고를

2023-09-14     정영욱 기자
전주맨발걷기 동호회원들이 지난 9일 경남 함양군의 상림공원에서 맨발걷기 행사에 동참, 산림욕 등을 만끽했다. / 사진= 전주맨발걷기동호회 제공

전국의 선도적인 지자체들은 맨발걷기 축제를 열어 자체 유명 관광지와의 접목을 시도, 새로운 건강도시 모델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 관광프로그램은 일회형· 통과형 관광에서 여행지 곳곳을 걸으며 직접 체험하는 테마형· 체험형 관광으로 변화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로 시작된 ‘걷기 여행길 만들기 사업’이 최근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자체 핵심 관광 사업으로 확대 또는 확장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은 지자체들간 벤치마킹을 통해 과거 마라톤 열풍을 능가하고 있다.

전주시 등은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조례를 제정, 건강도시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고 강원 원주시와 경남 함양군 등은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맨발걷기 열풍의 최전선에 있다. 다시말해 전국이 그야말로 콘텐츠 개발과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거대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 맨발걷기 활성화 총력…조례 제정· 여행길 조성사업 확충 본격

전주시의회는 올해 2월 ‘전주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본회의까지 통과한 이후 전국은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 화성시 용인시, 남원시, 장수군, 광주시 서구 등도 비슷한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켰거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도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대표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든 지자체는 순창군. 2005년부터 강천산 내 맨발걷기구간을 만들어 매니아층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북도는 동부 산악권에 맨발걷기 여행길 조성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도는 남원(교룡산 국민관광지), 진안(마이산 북부), 무주(금강변 마실길), 순창(추령 장승촌) 등 관광명소를 연계해 구간별 3㎞ 내외로 최적 노선을 선정할 예정.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 등 관광자원 및 지역축제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춰 신규시설은 최소화하고 기존 걷는 길이나 시설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맨발 걷기가 가능하도록 황토, 마사토, 모래와 같은 부설재료도 친환경 재료가 사용된다. 전북도는 올해 7개 사업 구간이 정해지면 35억원(개소별 5억원)을 투입해 2024년 말까지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울산광역시도 최근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 제공을 위해 맨발 걷기 코스로 황톳길 조성이 추진 중에 있고 추가 조성에 나선 상태다.

국가정원 황톳길은 정원 안내센터에서 나비정원까지 길이 1km, 폭 2m로 십리대숲과 연계해 조성된다. 신발장과 세족장 등 편의시설도 설치된다.

# 축제와 접목 통한 관광 전략 활용… 스토리텔링 콘텐츠화 이미지 제고

맨발걷기와 관광, 건강 등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전국적인 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북 의성군 등 전국 자지체들은 맨발걷기 운동을 통해 건강 및 관광도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의성군은 올 7월 ‘천년숲길 맨발걷기’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는 2021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로 맞이하는 체험행사다.

강원 원주시는 8월 27일 전국 최초로 ‘트레킹 도시’를 선포하고 트레킹을 활용한 건강도시· 관광도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원 원주시는 지난 2일 치악산둘레길에서 ‘제1회 원주맨발걷기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가 열린 운곡솔바람숲길은 치악산둘레길 1코스로 고려 말 충신 운곡 원천석 선생의 얼이 숨 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참가자들은 치악산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맨발로 거닐며 산림욕을 즐겼다. 시는 이번 행사를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지역 대표 관광프로그램으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원주시는 치악산둘레길, 원주굽이길, 섬강자작나무 숲둘레길, 혁신· 기업도시둘레길 등 50개 코스, 총연장 600㎞가 넘는 걷기여행기과 도시공원 숲길을 조성했다. 운곡솔바람숲길은 맨발걷기 핫플레이스로,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 숲속에 3㎞ 구간으로 조성돼 있다.

관내 학교 내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원주교육지원청과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올바른 맨발걷기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통해 걷기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맨발걷기 지도자 과정’을 개설해 맨발걷기 리더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춘 지도자도 양성할 방침이란다.

특히 눈길을 끈 곳은 함양의 상림명품 숲길.

경남 함양군의 상림 숲속으로 이어진 산책길은 올해 8월 산림청에서 주관한 국토녹화 50주년 기념 ‘걷기 좋은 명품숲길 50선’에 선정됐다.

전주맨발걷기동호회 제공(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맨발걷기 산책로)

9월 7~12일 열린 ‘2023 함양산삼축제’는 그야말로 절정의 관광 접목형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곳에 참여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엄청났다.

접근이 쉽고, 생태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으며 자연환경이 풍부하게 잘 조성된 까닭이다. 함화루에서 물레방아까지 1.2㎞ 정도 모래흙이 깔려있는데, 요즘에는 이곳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이들로 가득차 있다.

이곳을 다녀온 한 전주지역의 동호인들은 함양상림숲속에 길에 매료돼 전주 맨발걷기 노선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0대의 한 시민은 김제지역의 향토를 활용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맨발걷기 미풍이라 할 수 있는 곳이 김제와 군산 등 전북도라면서 건강도시 위상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국 최고의 건강여행길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대전광역시 계족산 황톳길.

여행 전문기자들이 선정한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2008년)’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2009년)’ ‘한국관광 100선(2014~2015년)’으로 잘알려져 있다.

계족산(429m) 장동산림욕장에서 시작해 임도삼거리와 절고개를 거쳐 이현동 갈림길까지 총 14.5㎞를 맨발로 걷는 코스다.

# 군산 현주소는

우리 군산은 어떤가.

군산은 전국적인 열풍에도 미풍이 아닌, 맨발걷기의 낙후지역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게 뜻있는 동호인들의 목소리다.

올해 안에 은파호수공원 내 물빛다리 주변에 약 500m의 황톳길이 생겨난다.

군산시와 ㈜블루오션산업은 최근 ‘친환경 산책로 조성을 위한 은파호수공원 황톳길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블루오션산업은 은파호수공원 내 길이 약 500m(폭 1.5m)의 황톳길과 세족장 2곳을 조성하게 된다. 시도 황톳길 조성을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모로는 전국적인 관심이나 눈길을 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최소한 2㎞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적으로 은파호수공원의 산책로는 전국적으로 명품 관광지라는 점에서 이곳에 최소한 2~ 3㎞를 맨발걷기 황톳길이든, 맨발걷기 산책로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전체 은파호수공원의 전체 산책로에 설치, 조성하는 문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의회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군산시의회 서은식 시의원은 최근 5분 발언을 통해 군산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 의원은 “은파호수공원의 황톳길을 비롯한 월명공원 둘레길 등에 맨발을 걸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구간을 개발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